많은 연쇄 사건에서 이러한 표식은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같은 범인에 의해서 저질러진 다양한 범죄들을 연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목할 것은 연쇄 사건에서 각각의 상황에 따라 이러한 표식이 매번 나타나지는 않을 수 있으나, 행동으로 드러나는 표식은 표면적으로 다르다고 할지라도 범행의 근간이 되는 의식(ritual)의 핵심은 변화되지 않고 범죄 현장
에 투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행동 되돌리기(undoing) 역시 개인화의 한 형태인데, 피해자의 얼굴을 가리거나 옷을 입히고, 시신을 씻기는 등의 행동을 통해 범행에 대한 후회의 의미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범죄자와 피해자 사이에 친밀한
관계가 있거나, 피해자가 범인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어떤 중요한 사람을 의미할 때 나타난다.
위장(staging)이란 사건 현장을 의도적으로 바꿔놓는 것으로, 범죄 현장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저지른 것처럼 보이도록 꾸미는 것을 일컫는다. 위장은 보통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와 깊은 연관이 있는 사람일 때 주로 나타난다. 수사관은 사건 현장이 조작되었는지에 대해서 법과학적 증거나 피해자의 특성, 사건 현장의 세부 사항 등 모든 요소를 면밀히 잘 살펴보아야 하는데, 예를 들어 강도 사건으로 보이는 현장인데 귀중품이 그대로 남아있는지, 혹은 침입이 용이한 장소를 놔두고 다른 곳을 통해 침입한 흔적이 남아있는지 등을 매우 신중하게 살펴보아
야 한다.
주목할 점은, 범행 당시 범인은 매우 큰 스트레스 상태에 있으며,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시간적, 상황적 압박을 받고 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범죄나 범죄 현장에 대한 제한된 지식으로 위장을 시도하기 때문에 사건 현
장을 조작할 때 종종 실수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장과 범행 전반에 걸쳐 비일관적이고 정교하지 못한 점들이 드러날 수 있으므로, 수사관은 모든 사건 현장을 하나하나 면밀히 조사해야 하는 동시에 사건 전체를 하나의 큰 틀에서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과정>
Douglas 외(1986)는 프로파일 생성 과정을 6단계로 나누어 소개하였다. 우선 첫 번째는 범죄 현장 증거 수집 단계로, 범죄 현장에 남아있는 흉기 등의 물리적 증거와 부검 결과 등의 법의학적 증거, 경찰의 초동 수사 기록과 범죄 현장 사진 등을 포함한 가용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는 의사 결정 단계로, 1단계에서 수집된 범죄 현장 증거들을 체계적으로 배열하고 조직화하여, 범죄자의 초기 의도를 파악하고 범행 유형을 판단하며, 범행의 시간적/공간적 요인 등 범죄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판단하고 피해자의 위험 요소를 평가한다. 세 번째는 범죄 평가 단계로, 범행 동기를 파악하고 범죄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행동과 사건 발생 과정을 역동적으로 재구성한다. 네 번째는 범죄자 프로파일 작성 단계로, 범죄자의 배경 정보와 신체적 특성 등을 포함한 범죄자 프로파일을 생성하고, 범행 전후에 해당 범죄자가 했을 법한 행동을 분석하여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추려낸다. 다섯 번째는 수사 단계로, 프로파일러는 수사팀에 범인의 프로파일을 제공하여 수사에 활용되도록 한다. 이후에 용의자를 검거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프로파일의 정확성을 검토하는 것이 그 마지막 단계이다.
한편, Turvey는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과정을 논리 전개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소개하였다.
1. 연역적 프로파일링
연역적 프로파일링은 범행 현장에 남아 있는 증거와 범죄자의 행동적 증거에 기초하여 범죄자의 특성과 성격을 기술하는 것이다. 즉, 해당 범행 현장에 초점을 맞추어 법과학적ㆍ 행동적 증거를 분석하고, 범행을 재구성하여 범죄자의 특성을 추론한다.
앞서 소개했듯이, 정신의학자 James Brussel이 뉴욕시에서 발생한 Mad Bomber 사건에 대해 범인의 협박 편지, 범죄 현장 사진, 그리고 범죄자가 손수 제조한 폭탄에 대한 분석을 포함해 여러 가용한 모든 정보를 검토한 뒤, 폭파범의 성격, 생활 방식, 거주지, 옷 입는 성향 등에 대한 세부적인 프로파일을 제시한 것이 연역적 프로파일링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연역적 프로파일링은 가해자와 피해자, 범죄 현장 사이의 역학을 분석하고 범행을 역동적으로 재구성하여 범죄자의 특성을 추론하기 때문에 프로파일러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프로파일 작성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현장 증거 분석 및 프로파일 작성 과정에서 프로파일러의 심리학, 사회학, 법과학적 지식 등 개인적 역량과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어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전문가 양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2. 귀납적 프로파일링
귀납적 프로파일링 기법은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공통되는 성격과 특성을 공유한다는 전제하에,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다른 범죄자들의 특성에 대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평행하게 해당 범죄자의 특성에 대한 추론을 하
게 된다. 즉, 범죄자들의 범행 수법을 분석하여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일련의 범죄자 군 혹은 유형으로 분류한 뒤, 유형별로 이들의 사회인구학적 배경 특성의 유형을 구분하여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특정 범죄 발생 시 그와 유사한 범행 수법을 보였던 범죄자들의 사회인구학적 배경 정보를 짚어내어 범죄 수사에 일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앞서 소개했듯이, FBI 행동과학부에서 범행 현장에서의 행동을 기반으로 해서 성적 살인 범죄자들을 조직형(organized) 혹은 비조직형(disorganized) 범죄자의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두 유형의 성적 살인 범죄자들 각각에 해당하는 배경 특성을 정리한 것은 귀납적 프로파일링을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죄자 프로파일링-6 (0) | 2024.03.01 |
---|---|
범죄자 프로파일링-5 (0) | 2024.03.01 |
범죄자 프로파일링-3 (0) | 2024.03.01 |
범죄자 프로파일링-2 (0) | 2024.02.26 |
범죄자 프로파일링-1 (0) | 2024.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