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프로파일링은 분명 새롭고 영향력 있는 수사 기법이기는 하나 수사에 쓰이는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이며, 과학수사나 탐문수사, 통신 수사, 잠복수사 등의 다양한 수사기법과 함께 궁극적으로 범인 검거에 기여할 뿐, 이러한 수사 기법들을 완전히 대체하고 독자적으로 쓰여 범인의 신원을 밝혀내는 기법은 아니다.
프로파일링은 전체 수사 과정에 있어서 물적 증거와 함께 범죄자의 범행 동기, 성격, 범행 당시 심리 상태 등을 추정하여 수사망을 좁히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일선 경찰관들은 프로파일링이 정작 범인 검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사 과정에서 실제 활용도에 있어서는 실패한 기법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프로파일링 기법에 대하여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는 경우 오히려 사건 해결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프로파일링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타당도에 관한 FBI의 연구에서, 프로파일링 기법이 사용된 총 192개의 사건 가운데 최종 해결된 88개의 사건 중 프로파일링이 용의자를 밝혀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경우는 17%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영국에서 진행된 Copson의 연구에서, 프로파일링이 수사 방향 설정을 주도한다고 응답한 경찰관은 16.3%, 사건 해결 자체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경찰관은 14.1%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미국 법정 심리학회 회원 등 전문가 총 187명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과학적 타당성과 신뢰성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70%에 달하는 숫자가 이에 대한 회의를 표시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공통적으로, 국내 범죄 수사에서 프로파일링 활용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프로파일링과 관련하여 지속적인 타당성, 신뢰성 검증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과학적으로 프로파일링의 타당성과 신뢰도가 검증된 사례는 극히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프로파일링이 범죄 수사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Copson의 연구에서, 경찰관들의 53.8%가 프로파일링이 사건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대답하였고, 또한 82.6%는 프로파일링이 수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프로파일링에 대한 형사사법기관 실무자들의 신뢰나 실제 사건 해결에 있어 아직 그 수준이 미약함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 프로파일링 기법이 범죄나 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사건의 이해를 돕고 전반적인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프로파일링의 과학적 타당성과 신뢰성에 있어서 회의를 표시한 미국 법정 심리학회 회원 등 전문가들도, 프로파일링 기법이 궁극적으로 범죄 수사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90% 이상이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 프로파일링 관련 연구의 확장과 새로운 방법론의 도입
그동안 프로파일링 관련 선행 연구에서도 범죄자 프로파일링 기법은 특히 연쇄 살인이나 이상 동기 범죄 등에 유용한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 그러나 범죄자 프로파일링 기법의 정의 자체가 범행 현장에서 범죄자가 나타낸 범행 수법이나 행동 분석을 통해서 범죄자의 배경 특성을 추론해 범인 검거에 기여하는 수사 기법이므로, 연쇄 살인 이외에 여러 다양한 유형의 범죄 수사(강도, 절도, 방화 등)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고, 실제로 방화나 강도 등 다양한 종류의 범죄에 있어 범죄자 유형 분류 등 프로파일링 관련 연구들이 진행되어 오고 있다. 따라서 살인이나 성범죄에 주로 편중되어 있는 프로파일링 관련 연구 분야를 앞으로는 이러한 다양한 범죄 유형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그 범위를 한층 더 확장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프로파일링 관련 실증 연구들, 특히 범죄자 유형 분류와 관련된 연구들은 외국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이와 관련한 국내 범죄자 유형 분류법 관련 연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외국의 범죄자 유형 분류 체계를 국내 범죄자들의 행동 및 배경 특성과 비교하여 수정' 보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범죄 자료의 축적과 함께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범죄자의 범죄 현장 행동 유형과 배경 특성을 연결시키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방법론에 있어서, University of Liverpool의 범죄수사 심리학 센터(Centre for Investigative Psychology)에서 진행되어 온 프로파일링에 관한 연구들은 기존의 범죄 연구에서 흔히 사용되는 빈도 분석이나 교차 분석과 같은 방법론 외에 다차원적 측정 방법(Multi-Dimensional Scaling procedures; MDS)을 사용하여 다양한 범죄자 유형 분류법과 프로파일링 기법을 연구하여 왔다. 다차원적 측정 방법은 변인들 간의 구조적 관계를 지리적 공간에 나타내는 기법으로 그중 하나인 최소 공간 분석(Smallest Space Analysis; SSA)은 변인들 간의 관계를 최소한의 공간적 차원 안에서 설명하는 데 쓰이는 기법이다. 최소 공간 분석은 범죄 현장 행동들을 변인으로 하여 변인들 간에 유사성이 높을수록, 즉 같은 범죄 현장에서 함께 나타날 확률이 높은 행동들일수록 각 변인에 해당하는 점들이 가상의 지리적 공간 안에서 가깝게 나타나게 된다.
범죄 행동들 사이의 유사성을 나타내는 최소 공간 분석은 범죄 현장에서 나타나는 행동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어 영국,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살인, 강간, 방화 등 다양한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유형을 분류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기존의 범죄자 혹은 범죄 행동을 연구하는 데에 사용했던 방법론 외에 범죄 현장 행동 분석에 최소 공간 분석 기법을 사용하여 범죄자 행동 유형을 분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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