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프로파일링-1

범죄자 프로파일링은 범행 현장에서 범죄자가 나타낸 여러 행동의 분석을 통해 범죄자의 배경 특성(나이, 교육 수준, 직업, 전과, 결혼 여부, 피해자와의 관계, 성격 특성, 심리적/정신적 장애, 거주지에서 범행 현장 사이의 거리 등)을 추론하여 범인 검거에 기여하는 수사 기법을 일컫는다. 즉, 범죄 현장에 범죄자의 평소 습성이나 일상적인 행동 방식 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범죄 현장의 분석을 바탕으로 범죄자의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특성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통하여 수사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을 제시하여, 범죄자의 유형을 밝혀내고 수사망을 좁혀 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 범인 검거에 기여하고, 검거 이후에는 효과적인 신문 전략을 제시하는 등 다각적 기능을 수행하는 수사 기법을 일컫는다.
최근 수년간 이러한 범죄자 프로파일링 기법에 대한 관심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급증해 왔고, 특히 국내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공포를 몰고 온 연쇄 살인이나 성범죄 사건 수사에 이러한 프로파일링 기법이 활용되었다. 그러나 특히 미국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프로파일링 기법이나 포로파일러들의 활약은 실제에 비해 상당 부분 과장되거나 왜곡된 면이 있다.
또한, 범죄자 프로파일링 기법에 대한 대중적 관심에 비해, 이를 제대로 소개하는 학술 문헌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우선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정의와 역사에 대해 살펴본 후, 프로파일링 관련 용어들과 프로파일링 과정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다음으로, 프로파일러의 전문적, 윤리적 가이드라인에 대해 짚어 본 후,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한계와 문제점,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정의와 역사
범죄자 프로파일링이 특히 범인에 관한 실마리를 찾기 힘들거나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어려운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수사 기법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1980년대 후반 미연방 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 행동과학부(Behavioral Science Unit; BSU)에서는 범죄자 프로파일링을 "범죄자가 저지른 범행의 분석을 통해 범인의 주요한 성격적, 행동적 특성을 밝혀내는 수사 기법"이라고 정의 내리고, 프로파일링을 활용한 수사 과정을 소개하였다.
그러나 사실 프로파일링의 개념은 범죄 수사의 역사와 함께 비교적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예를 들어 1888년 영국 런던에서 발생했던 잭 더 리퍼(Jack The Riper)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 소속 의사였던 Bond 박사가 살인범의 범행 방식에 근거하여 범죄자에 대한 상세한 특징을 추론하여 제공한 바 있다.
이 외에, 가장 성공적인 범죄자 프로파일이 제시되었던 사건은 1950년대 정신의학자 James Brussel이 뉴욕시에서 발생한 Mad Bomber 사건에 대해 범죄자의  프로파일을 제공한 것이다. 1950년대 뉴욕시는 무려 16년 동안이나 검거되지 않으면서 Grand Central 역과 공립 도서관 등 뉴욕시의 다양한 명소에 폭탄을 설치한 연쇄 폭파범("Mad Bomber")때문에 곤혹을 치르다가, 당시 저명한 정신의학자 Brussel에게 사건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Brussel은 범인의 협박 편지, 범죄 현장 사진, 그리고 범죄자가 손수 제조한 폭탄에 대한 분석을 포함해 여러 가용한 모든 정보들을 검토한 뒤, 폭파범의 성격, 생활 방식, 거주지, 옷 입는 성향 등에 대한 세부적인 프로파일을 제시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Brussel은 범인이 뉴욕과 인접해 있는 Connecticut에 이모나 여자 형제와 살고 있는 동유럽계의 편집증 환자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Brussel은 범인이 매우 심각한 병을 앓고 있고, 교회를 규칙적으로 나가며, 공손하고 예의 바르며 외형적으로 너무나 단정한 사람이라고 추론했다. 다음은 Brussel이 추론한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의 일부이다:

미혼이고, 40세에서 50세 사이이며, 내성적인 남성임. 비사교적이지만, 반사회적은 아님. 매우 숙련된 기계공으로 도구를 잘 다룸. 여자에 관심이 없음. 고졸 학력. 직장에서 비판을 받을 때 순간적으로 매우 격렬하게 그 분노를 표출할 수 있음. 범행 동기는 아마도 직장에서의 해고나 질책일 것임. 분노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음. 현재 또는 과거에 Consolidated Edison(미국의 전기 회사)에서 일하는(혹은 일했던) 근로자임.

 

또한 Brussel은 형사들에게 범인의 의복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두 줄로 단추가 달린 양복을 입고, 보통 단추를 모두 채우고 다닐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ussel의 프로파일은 경찰이 의심하고 있었던 용의자들 중 한 사람(George Metesky)과 상당 부분 일치했는데, 그는 이전에 Consolidated Edison에 근무했던 자로 그 회사에 대해 엄청난 불만이 있었다. Brussel의 프로파일에 범인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심지어 경찰들이 Metesky를 체포하러 갔을 때, 그는 두 줄 단추식의 양복을 단추가 모두 잠긴 채로 입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Brussel은 범죄자의 행동 양식을 연구하고, 그러한 행동을 보였을 만한 사람의 유형에 대한 추론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프로파일을 도출하였다. 다시 말해서 Brussel은 폭파범에 대한 범죄 현장 정보를 모두 훓어보고, 폭탄 제조에 쏟은 엄청난 시간과 정확성을 알아채고 나서, 범인이 평소에도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하며 융통성이 없는 사람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추론 과정은 범죄자에 대한 심리학적 프로파일링의 토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