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온건한-정합적 구성주의
여기서는 앞에서 설명한 구성주의와 대비되는 관점인 실재론과 비교하면서 구성주의를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실재론의 특징과 가능한 문제점을, 다음으로 구성주의의 가능한 문제점을, 끝으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온건한- 정합적 구성주의(moderate-cohesive constructivism)를 제안하고자 한다. 온건한-정합적 구성주의는 구성주의의 가능한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구성주의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제안되었다.
1) 실재론과 실재론의 가능한 문제점
앞에서 제기한 구성주의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입장일지 모르겠다. 평소에 우리는 차라리 실재론(realism)을 믿는 소박한 실재론자(naive realist)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푸른 산, 꾀꼬리의 노래, 커피 향, 맛있는 피자, 매끄러운 비단은 바로 각 존재들의 특성 그대로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는 거울처럼 세계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의 부적절함은 앞에서 다룬 구성주의의 설명을 통해 상당히 이해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실재론은 내용적으로도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실재론에 따라 살아갈 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실재론은 지금과 같은 다원적인 사회에서 위험할 수 있다. 다양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동일한 시대와 공간에서 살고 있는 다원적인 사회에서 실재론은 위험할 수 있다. 실재론자들은 특히 그들 스스로 정직하고 옳다고 믿을 때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이 경험하는 세계가 세계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실재라고 믿는다. 따라서 그들은 세계를 자신과는 다르게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 참기 힘들다. 그들은 자신에게 그렇게도 명백하게 경험되는 세계를 다르게 보는 사람들을 어리석거나 거짓말을 하는 악의 집단이라고 규정하기 쉽다. (이전 글 <그림3>을 놓고 태어나서 전혀 토끼를 보지 못한 사람과 오리를 보지 못한 사람이 만나서 오리다! 혹은 토끼다! 라고 시비를 가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한사람에게는 명백하게 오리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명백하게 토끼이다. 그들이 상대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진리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바꾸어 놓으려고 하며, 이를 위해서 공격과 응징을 불사할 수도 있다.
2) 구성주의의 가능한 문제점
구성주의는 절대적 객관을 주장하지 않고, 사람들마다 세계를 다르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실재론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구성주의가 자칫 유아론( solipsism)이나 극단적(혹은 급진적) 상대주의에 빠진다면 이 또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유아론은 일종의 극단적 주관주의이다. 유아론에서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나의 주관의 산물이다. 여기서는 어떠한 객관성도 보장되지 않고, 외부 세계의 존재마저 부정되거나 회의된다. 서양 철학에서는 Berkeley가 이러한 입장을 옹호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우리가 인식하지 않으면 존재하는 것도 없다고 보았다. Hume은 인식하는 자신도 단지 인식의 묶음으로 보았다. 극단적 상대주의는 극단적 주관주의에서 나타날 수 있는 태도이다. 각자의 주장이 다 나름대로의 주관을 반영하고, 어디에도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것이 없으며, 모두 다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극단적 주관주의나 극단적 상대주의는 모두 파괴적이다. 극단적 주관주의와 극단적 상대주의에서 우리의 건전한 사회생활이 매우 어렵게 되고, 공동체의 결속력이 와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가 서로 객관을 공유할 수 없다면 상호작용은 불가능한 것이다. 특히 서로의 생각과 주장이 다를 때 그 해결을 위해 우리는 어디에 호소할 것인가? 우리는 각자의 성 안에 고립될 수밖에 없으며, 사회의 존립이 위협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극단적 주관주의에서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혼미에 빠질 수 있다.
3) 온건한-정합적 구성주의
구성주의가 극단적 주관주의나 극단적 상대주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하나의 대안은 온건한-정합적 구성주의이다.
온건성
온건한-정합적 구성주의에서 온건하다는 것은 구성주의가 지나치게 주관주의에 빠지지 않고 상당한 객관성을 확보함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기와 세계가 자신의 구성에 의한 구성물이지만, 앞의 구성주의에 대한 설명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구성물은 자신의 내적 특성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의 특성도 반영한다고 가정한다. 즉, 나와 세계는 나와 세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성을 하는 우리 인간의 인식 체계가 서로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우리의 구성에서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생물학적 구조의 유사성은 우리 인간의 감각에 있어서 객관성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즉, 감각적 차원에서 구성되는 구성물(혹은 정보) (예 :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감각)은 거의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므로 우리 인간 세계에서 객관성을 가질 수 있다. 감각의 객관성은 매우 강력해서 우리는 어떤 이론이나 의견이 감각과 잘 일치할 때 실재를 잘 반영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우리는 다양하기는 해도 공통점도 많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내면의 인식 체계를 형성해 가기 때문에, 자기와 세계에 대한 인지에 있어서도 상당한 객관성을 공유할 수 있다.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의 유사성도 인간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의 유사성에 기여하리라고 생각된다. 또한 지구라는 환경의 유사성으로 인해 형성된 인간사회 역시 유사성을 갖고, 이것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인지에 유사성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지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주관성을 피하기 어려우므로 인지의 구성에 있어서는 감각에 잘 기초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 설명하는 정합성의 개념으로 보면, 인지 구성물은 특히 감각 구성물과 정합성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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