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심리학 - 심리학의 정의와 목표

심리학은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집단이나 사회가 아닌 개개인을 하나의 분석 단위로 하여 현상이나 행동의 원인을 개인의 정신 과정이나 사고 체계 등의 내적 특성에서 찾고자 한다. 이때 행동은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외적 행위로, 측정될 수 있는 신체적, 언어적, 사회적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그에 반해 개인의 정신 과정이나 내적 상태는 기억, 사고, 신념, 가치나 태도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관찰이 불가능하지만,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필수적 역할을 담당한다. 심리학을 과학적인 연구의 집적체로 간주하는 것은 심리학적 지식의 축적 과정이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대한 가설 설정과 함께 체계적인 자료 수집과 조사, 실증적인 검증을 거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심리학의 목표는 경험적 지식의 축적을 통해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즉,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이해를 돕고, 이를 통해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심리학은 광범위한 지식의 집적체로, 인간의 다양한 측면에 초점을 두는 많은 하위 분야를 포함한다. 이러한 하위 분야에는 생리 심리학(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대한 뇌, 신경계, 유전자 등의 영향력에 관한 연구 분야), 발달 심리학(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발달과 신체적, 인지적, 도덕적 성숙 등에 관한 연구 분야), 사회 심리학(인간의 행동에 대한 집단이나 사회적 환경의 영향력에 관한 연구 분야), 성격 심리학(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고유한 성격 특성에 관한 연구 분야), 인지 심리학(인간의 사고와 기억, 정보 처리 과정 등에 대한 연구 분야), 임상 심리학(이상 성격 및 부적응, 정신 장애의 평가와 치료 등에 대한 연구 분야) 등이 포함된다. 이 외에 특히 범죄와 관련하여, 심리학적 이론을 경찰 수사와 법원 판결, 수감자 교정 등 광범위한 법적 절차에 적용하는 분야인 법심리학 등 심리학은 많은 응용 분야들(학교 심리학, 조직 심리학 등) 또한 포함한다.

심리학의 다양한 하위 분야와 범죄

 

1. 생리 심리학

생리 심리학자들은 뇌나 호르몬 등 인간의 생리적 기능이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해하고자 한다. 특히 범죄와 관련하여 생리 심리학은 범죄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이나 뇌의 기능 등을 연구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는 일란성 쌍생아 중 한 명이 범죄 행동을 할 경우, 다른 한 명도 유사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이란성 쌍생아에 비하여 높은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유전이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구한다. 또한 인간의 폭력적인 행동에 미치는 호르몬의 영향에 대해서, 특히 테스토스테론의 수준과 남성의 공격성 간의 상관관계는 범죄에 있어서의 성차와 개인차를 밝히는 데 주된 관심사 중 하나로 오랫동안 연구되어 오고 있다.

2. 발달 심리학
발달 심리학자들은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와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다양한 생애 단계에 걸쳐 나타나는 언어적, 인지적, 사회적 변화의 원인과 과정을 탐구한다. 또한 애착의 형성과 안정된 대인 관계의 발달, 도덕성의 습득에 대해서도 이해하고자 한다. 특히, 인간의 행동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본성에 의해 결정되는지, 아니면 대인 관계나 학습을 통한 사회적 경험의 산물인지에 대한 천성 대 양육의 논쟁은 발달 심리학의 핵심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천성 대 양육 논쟁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통해 내려진 잠정적인 결론은 천성과 양육 요인 둘 다 상호작용하여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범죄와 관련하여, 발달 심리학자들은 범죄 발생의 원인에 있어 범죄자의 생물학적, 유전적 특성의 영향력을 밝히는 동시에, 양육 방식이나 교육과 같은 사회화가 미치는 영향력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연구한다. 또한, 초기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애착 형성의 실패와 공감 능력의 부재가 타인에게 범죄 피해를 끼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탐구한다.

3. 사회 심리학
사회 심리학자들은 대인 지각과 태도, 대인 간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태도, 집단이 집단 구성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등에 대해 연구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개인의 태도 형성과 변화, 동조나 복종 등의 방식으로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의 영향력, 또한 집단에서의 의사 결정과 과제 수행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특히, 개인이 속한 집단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영향력이 범죄 행동을 어떻게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도 탐구한다.

4. 성격 심리학
성격 심리학자들은 여러 상황에 걸쳐 비교적 일관적으로 개인에게서 고유하게 나타나는 행동 및 사고방식인 성격의 구조와 형성, 개인차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개인의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성격 심리학 연구 결과는 범죄와 관련하여 반사회적 행위에 취약한 개인의 성격적 특징을 밝히거나,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데에 있어서의 개인차를 설명하고 이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5. 인지 심리학
인지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정보 처리나 해석, 사고 과정이 어떻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연구한다. 특히 범죄와 관련하여, 사고의 오류나 인지적 왜곡은 범죄자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의 성적 접촉 시도에 대해 싫다고 말할 때, 이것이 사실은 허락의 의미라는 생각은 일부 성범죄자가 갖는 왜곡된 사고의 한 가지 예라고 할 수 있다.

6. 임상심리학
임상 심리학자들은 정서적 문제나 부적응,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진단 및 치료에 중점을 둔다. 임상 심리학은 심리 검사나 면담 등을 통하여 개인의 심리적, 병리적 특성을 분석하고, 부적응이나 일탈적 행위를 유발하는 요인을 밝혀 이를 치료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 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범죄와 관련하여, 임상 심리학은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 장애와 폭력적 행동의 관계를 밝히는 데 유용할 수 있고, 또한 성범죄자들에 대한 치료 효과를 증진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7. 법심리학(legal psychology 혹은 psychology of law)

법심리학은 광범위한 법적 절차와 관련하여 심리학적 이론이나 지식이 기여할 수 있는바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한다. 1908년 독일 출신의 심리학자 Munsterberg가 목격자의 기억의 왜곡이나 증언과 관련된 내용이 담긴 "증언대에서(On the witness stand)"라는 책을 발표한 이래로, 법체계와 관련하여 심리학이 공헌할 수 있는바에 관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법심리학은 경찰의 채용 및 업무 수행, 수사 관련 절차에 심리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경찰 심리학(police psychology), 범죄의 원인과 범죄자의 특성 및 범죄 행동을 연구하는 범죄 심리학(psychology of crime), 주로 법원에서의 증언이나 판결 절차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과정에 주목하는 법정 심리학(forensic psychology), 수감자의 평가와 치료, 재활과 관련된 교정 심리학(correctional psychology) 등 여러 하위 분야를 포함한다. 박광배는 법과 심리학이 밀접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점차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지적하며, "종래의 법정심리학, 범죄심리학 등과 더불어 법과 관련된 인간행위 전반에 걸친 연구들이 '법심리학(psychology and law)'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고 기술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법심리학자는 법원에서 피고인이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재판받을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법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도우며, 배심원의 의사 결정 과정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또한 어떤 사람이 미래에 폭력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위험성 평가를 통해, 향후 범죄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또한 범죄 수사에 있어 심리학적 원리나 현상에 대한 이해를 적용시키는 경향은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 특히 최근에는 용의자의 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범죄자들의 범행 당시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유형을 밝혀내어 수사에 도움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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