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심리학은 개인의 내적 특성에 주목하여 범죄의 원인, 범죄자의 인지적ㆍ성격적 특성, 범죄 행동의 개인차, 범죄자의 치료 및 재범 방지를 통한 범죄의 예방 등 다양한 분야를 그 연구 대상으로 한다. 이상현은 범죄심리학을 "범죄자에 대한 지식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체계화함으로써 범죄자를 보다 타당하게 이해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학문"으로 규정하고, "범죄나 비행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심리학이 대상으로 하기 쉬운 문제에 관하여 심리학적 이론과 방법을 사용하여 연구하는 인문과학의 일부분"이라고 정의 내렸다. 보다 최근에 이수정은 범죄심리학을 "범죄자의 범죄 원인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이를 형사사법 분야에 적용하여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자료를 확보하고 죄질의 경중을 판단하고 궁극적으로는 범죄를 예방하고자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영역"이라 정의 내렸다.
범죄심리학을 범죄나 범죄자를 설명하는 데 있어 심리학적 이론과 지식을 적용하여 범죄와 관련된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학문이라고 정의하고,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는데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 성격적 특성과 범죄자의 범행 동기와 심리 상태, 범죄 현장에서 나타난 행동, 범죄자들 간의 개인차에 근거한 유형 분류 등 범죄와 범죄자를 보다 잘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 다양한 심리학적 원리와 이론들을 적용시킬 것이다.
우선 범죄자의 정신과 행동을 설명하는 여러 심리학적 관점과 이론을 소개하고, 심리학의 여러 하위 분야 가운데에서도 특
히 사회 심리학과 임상 심리학적 지식을 범죄 행동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적용시켜 소개하였다. 그 다음으로, 다양한 범죄 가운데에서도 주요 강력 범죄(살인, 성적 살인, 성범죄, 아동 대상 성범죄)의 원인과 실태, 범죄자 유형 분류, 치료 등에 대해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범죄 수사와 관련하여 심리학적 이론을 적용시켜 최근에 점차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범죄자 프로파일링 기법과 그 확장인 연계 분석 기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궁극적으로, 심리학적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범죄자의 특성과 범죄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범죄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변화시켜 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구현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심리학적 이론과 범죄
범죄의 원인과 범죄자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심리학자들은 이론 개발 및 경험적 연구 수행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여기에서는 범죄 행동을 설명하는 여러 심리학적 이론들을 살펴볼 것이다.
1. 정신분석
정신분석 이론에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 무의식이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프로이트는 인간에게 삶의 본능(eros)과 죽음의 본능(thanatos) 두 가지가 있다고 보았는데, 죽음의 본능의 주된 구성 요소가 바로 공격성이다. 또한 정신분석 이론에서 무의식(unconsciousness)은 인간의 정신 구조에 있어 그 심연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우리가 인지하는 의식(consciousness)이나 의식과 근접해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깨달을 수 있는 전의식(preconsciousness)과는 달리, 우리가 스스로 자각하거나 깨닫지는 못하지만 인간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꿈이나 실언 등을 통해 드러난다고 가정한다.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작용을 밝히려면 인성의 본질적 부분에 접근해야 한다. 프로이트가 주장한 인간의 성격 구조는 크게 생물학적 욕구 충족에 중점을 두는 원초아(id), 원초아의 욕구를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으로 조절하는 자아(ego), 그리고 옳고 그름과 같은 도덕적 측면을 담당하는 초자아(superego)의 세 가지로 나뉜다. 즉각적인 본능의 충족을 요구하는 원초아는 쾌락 원칙(pleasure principle)에 의해 작동하지만, 이 원초아의 욕구가 사회적으로 적합한 행동으로 표출되도록 조절하는 자아는 현실 원칙(reality principle)을 따르며, 사회의 도덕적 가치와 신념에 맞는 양심적인 행동을 하도록 통제하는 초자아는 도덕 원칙(morality principle)을 따른다. 자아와 초자아는 우리가 성장함에 따라서 발달하는 과정에서 겪은 사회화의 결과물이며, 특히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걸친 부모의 양육 방식 등의 영향을 받는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부모의 죽음이나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는 것과 같은 불행한 경험을 했을 때 이것이 내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동안 갈등으로 남아있다면, 이는 자아의 성숙과 초자아의 발달을 방해하여 후에 반사회적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자아와 초자아의 통제력 상실로 인해 원초아에 기원한 공격적, 성적 충동이 사회적으로 적합한 행동으로 표출되도록 조절하는 데 실패한다면, 이는 결국 반사회적 행위가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2. 아이젱크의 성격 이론
Eysenck의 성격 이론은 생리 심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그는 범죄 행동을 이해하려면 개인의 뇌와 신경 체계 등 신경생리학적 특성과 개인의 환경조건 및 사회화 사이의 상호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젱크는 범죄행동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유전적 요인과 지능, 환경적 요인인데, 이 외에도 세 가지 성격적인 요인들(외향성, 신경증, 정신병)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격의 기본 차원이 중추신경계의 영향을 받는 외향성(E: Extraversion), 말초신경계의 영향을 받는 신경증(N:Neuroticism), 그리고 정신병(P:Psychoticism)의 세 가지로 집약된다고 주장했다. 외향성 성향이 높은 사람은 활동적이고 충동적이며 계속적으로 자극을 추구하는 반면, 내향성(I: Introversion) 성향이 높은 사람은 신중하고 조용하며 비사교적이다. 한편 신경증적 경향은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걱정이 많으며 늘 긴장되어 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향에서부터, 반대로 평온하고 보다 안정적인 정서를 보이는 성향에 이르기까지의 넓은 범위를 갖는다. 정신병 성향이 높은 사람은 냉정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공격적이고 비사회적인 특징을 보인다.
아이젱크는 범죄 행동이 외향성, 신경증적 성향과 가장 많이 관련된다고 믿었다. 우선 외향성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높은 흥분과 자극을 추구하여 일정 수준의 각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러한 높은 자극 추구를 위한 행위에는 반사회적 행위가 상당 부분 관련이 있다. 아이젱크는 이렇게 외향적인 사람들이 동시에 신경증적 성향 또한 높을 때, 충동적이고 불안정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신중히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범죄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외향성과 범죄 행동과의 상관관계를 비롯하여 그의 이론은 실증적 연구를 통해 거의 지지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젱크의 이론은 범죄 행동에 미치는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신경계의 특성에 초점을 두어 고려했고, 이 과정에서 생물학적 개인차를 강조한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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